휴먼시아 속어, 슬픈 신조어 휴거 뜻
요즘 아이들이 쓰는 줄임말이나 신조어를 듣다 보면 기발함에 웃음이 나오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 뜻을 알고 나서 등골이 서늘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과거에는 성적이나 운동 실력으로 친구들 사이의 서열이 정해졌다면, 요즘은 부모님의 차종이나 사는 아파트 브랜드가 그 기준이 된다고 합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어른들을 부끄럽게 만드는 단어가 바로 휴먼시아 속어입니다. 오늘은 이 단어가 가진 뜻과 유래, 그리고 우리 사회의 씁쓸한 단면을 짚어보겠습니다.
1. 휴먼시아 속어의 대표, 휴거의 뜻
가장 대표적인 휴먼시아 속어는 바로 '휴거'입니다. 언뜻 들으면 종교적인 용어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그 속뜻은 매우 충격적입니다.
휴거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아파트 브랜드인 '휴먼시아'와 '거지'의 앞 글자를 합친 말입니다. 즉, LH에서 공급하는 공공 임대 아파트나 상대적으로 저렴한 아파트에 사는 친구들을 비하하고 놀릴 때 사용하는 멸칭입니다.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심지어는 유치원생들 사이에서도 이 단어가 구분 짓기와 따돌림의 수단으로 쓰인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2. 파생된 다른 은어들 (엘사, 빌거)
안타깝게도 이런 혐오 표현은 휴거 하나에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만들어진 수많은 속어가 존재합니다.
엘사: 디즈니 캐릭터가 아닙니다. 'LH에 사는 사람'을 줄여 부르는 말입니다. 빌거: 아파트가 아닌 빌라에 사는 친구를 비하하는 '빌라 거지'의 줄임말입니다. 전거 / 월거: 전세 거지, 월세 거지를 뜻하며 자가 주택이 아닌 친구들을 구분 짓는 말입니다.
이러한 단어들은 단순히 사는 곳을 지칭하는 것을 넘어, "너는 우리와 급이 다르다"는 차별적 인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아이들의 정서에 심각한 상처를 남깁니다.
3. 왜 이런 말이 생겨났을까?
아이들은 어른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초등학생들이 아파트 브랜드의 시세와 평당 가격을 스스로 검색해서 알았을 리 만무합니다. 결국 이 모든 것은 어른들의 비뚤어진 물질만능주의가 아이들에게 그대로 투영된 결과입니다.
"저기 임대 아파트 아이들과는 어울리지 마라", "너 공부 안 하면 나중에 저런 집에서 산다"는 부모들의 무의식적인 차별 발언과 태도를 아이들이 그대로 습득한 것입니다. 또한, 아파트 단지 내에서도 임대 동과 분양 동을 철저히 분리하거나, 놀이터나 길을 막는 어른들의 이기적인 행동들이 아이들에게 '거주지가 곧 신분'이라는 잘못된 가치관을 심어주었습니다.
4. 브랜드 폐기와 새로운 이름
이러한 낙인찍기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자, 결국 LH는 2006년부터 사용해 온 '휴먼시아'라는 브랜드를 사실상 폐기하는 수순을 밟았습니다. 브랜드 자체가 차별의 대상이 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이후 '천년나무'나 최근의 '안단테' 같은 새로운 브랜드를 런칭하여 이미지를 쇄신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단순히 이름을 바꾼다고 해서 뿌리 깊은 차별 인식이 사라질지는 미지수입니다.
결론
지금까지 휴먼시아 속어의 뜻과 배경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집은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는 공간이지, 사람의 등급을 매기는 계급장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휴거'라는 단어가 아이들 입에서 사라지게 하려면, 우리 어른들부터 사는 곳으로 사람을 평가하지 않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내 아이가 차별받지 않기를 바란다면, 내 아이가 남을 차별하지 않도록 가르치는 것이 우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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